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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초에 열린 Adobe Refresh 2011 에서는 BlackBerry사의 Playbook이 소개되었다.

한국 시장에는 아직 팔고 있지 않다. 아마 여러분이 한국에서 이 제품을 제일 처음 보게 될 것이다. 라는 소개로 시작된 플레이북 소개는 꽤 흥미로웠다. 커널 수준에서의 Adobe AIR의 지원, RIM과 Adobe의 협력, 커널 수준에서 AIR의 지원으로 인해 상당한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 등. AIR는 느려터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던 나도 플레이북 시연을 보고는 정말 놀랐다. AIR가 저렇게 부드럽게 돌아가다니.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다른 플래시 개발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날 이후 일주일 정도가 지난 후 난 Playbook Developer 사이트에 접속해보았다. 이미 깨끗하게 준비가 되어있었다. (안타깝게도 한국개발자들을 위한 준비는 전혀 없었던 것 같다.) 이 웹사이트에서는 플레이북 SDK와 시뮬레이터 등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었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친절하게 준비되어있었다. 허나 안타깝게도 한국어로는 전혀 준비되어있지 않았다. RIM의 한국지사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지사가 있었다면 개발자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주려는 노력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플레이북의 시뮬레이터는 VMWare를 이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 ISO 형식의 가상이미지 파일이었는데 맥에서 자기네 기기 테스트를 위하여 가상머신을 이용한 시뮬레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상당히 괜찮은 생각 같았다. VMWare라는 시스템에 대해서 난 거부감이 거의 없었고 사용방법도 매우 편리했다. 적어도 아이폰의 SDK와 시뮬레이터에 비해서는 말이다.

어찌됐던 그렇게 Playbook에서 돌아갈만한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블랙베리에 앱을 등록하러 갔다. 그런데 등록과정이 너무 복잡했다. 한국어 페이지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인증서를 발급받고 등록하고… 프로그램을 업로드하고… 하는 과정을 수십번 반복하면서 난 지쳐갔다. 프로그램 하나 만드는게 왜 이렇게 어렵던지… 결국에는 수십번의 시도와 수십일간의 시간낭비 끝에 그만두었다. 차라리 아이폰SDK 같은 경우는 도움말이라도 많이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인데 플레이북쪽에는 아무도 아는 사람도 없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기도 어려웠다. 물론 플레이북의 고객지원도 그다지 좋지 못했다. QNX 운영체제(일부 사람들은 플레이북인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줄 아나보다.)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기도하고… 아무래도 우리나라에는 조금 생소한 QNX라는 운영체제에 대해서도 더 많이 홍보했어야하지 않나 싶다.

플레이북 개발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RIM에서 우리나라에 블랙베리 정식유통을 포기했다. 따라서 내가 어플리케이션을 만든다하더래도 어차피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해야할 것이고 내가 만들 수 있는, 만들어야 할 어플리케이션은 결국 계속 줄어든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사람들이 많이 쓰는 아이폰쪽으로 가는게 낫겠지? 개발자들도 기기를 구할 수 없는… 그리고 언제 우리나라에 정식발매될지도 모를 이런 상황들이 한국개발자들에게 외면 받은 것 같다. 지금 네이버를 살펴보니 플레이북 16기가가 이 대략 15만원~25만원 선에 팔리고 있다. 25만원 정도면 미개봉도 구할 수 있다. 이제 플레이북은 결국 ‘싸구려 잉여타블렛’ 정도의 이미지 밖에 되지 않을 것이고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타블렛들과는 경쟁도 안될 것 같다. 따라서 개발자들도 더이상 이 플랫폼에는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어졌다. 우리나라가 아이패드에 대부분 점령 당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진출해봤으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도 내가 보기엔 플레이북도 나쁘지 않았고 가격적인 메리트도 있었으니.

지금 BlackBerry Developer 사이트를 가보니 내가 이 사이트를 처음 만났던 1년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네. C++, 웹워크, AIR, 자바 모든 환경을 다 지원한다. 과연 이런 플랫폼 위에서 개발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블랙베리쪽으로 올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플레이북이 우리나라에서 잘 되길 바라던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 망해버려서 아쉬운 마음도 있다. RIM은 그냥 우리나라에서 철수해도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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